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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6 04:53

박중훈쇼, 최양락의 개그철학 빛나다


 박중훈쇼를 매주 빼놓지 않고 보고 있다. 세간의 많은 걱정과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중훈쇼'에 대한 기대감으로 브라운관 앞에 앉는 이유는 딱 한가지! 진행자 박중훈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박중훈은 배우로서 상당히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박중훈에 매료된 이유는 그의 연기보다는 그의 '인터뷰'때문이다. 특히 그의 적절한 비유법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국영화도 이제 헐리웃 영화와 상대할 수 있는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논리로 스크린쿼터를 폐지하자는 의견에 박중훈은 이렇게 반격한다.
 "교통사고 줄었다고 전국의 신호등 다 없앨 건가요?"
 
 지난 총선 때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후보를 지지한 것을 염두하고 특정정당의 정치인을 지지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시사토크쇼를 진행하는 것이 맞냐는 기자의 질문엔 이렇게 답한다.
 "된장찌게 좋아한다고 요리 프로그램 진행 못하는 건 아니다. 개인적인 성향이 들어가지 않는게 중요하지 개인적인 성향은 중요하지 않다."
 
 촌철살인, 우문현답 같은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있자면 가슴이 뻥뚤리는 쾌감마저 든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까지 '박중훈쇼'에서는 그런 번뜩이는 화술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어제 역시 박중훈은 성급한 대화 전개와 기계적인 멘트의 나열로 스스로 새장 속에 갇히고 말았다. 아직 프로그램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무리 박중훈이라고 해도 '적응기'는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제의 박중훈쇼에서 아예 건질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황재의 귀환-최양락이었다. 뭐 최양락의 컴백이야 이미 여기저기서 나팔불고 있으니 거기에 숟가락 하나 더 꽂을 생각은 없다. 다만 어제의 최양락이 요 몇달 사이 예능프로에 나왔던 최양락과 다름은 바로 살짝 엿보였던 그의 '개그철학' 때문이다.

박중훈은 최양락에게 다시 연예계에 복귀한 이후 사람들이 그를 재미있어 하는 이유는 그 동안 있었던 에피소드 덕택이며, 그 소재 다 떨어지면 다시 외면 받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한다. 최양락은 겸허하게 대답한다. 맞다. 그럴 수 있다. 방송환경은 계속 변하는데 자신은 옛날의 그 꽁트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주하고 있다가 슬럼프를 겪었다. 동료 이경규가 지금까지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그가 예능 프로에서 보여주었던 '소심'과는 질적으로 다른 '겸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단지 그 겸손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그철학'을 살짝 비치기도 했다. 최양락이 하고 싶은 개그는 바로 '여운이 있는 개그'라는 것이다. 한참 웃고 나서 뒷맛이 개운치 않은 개그, 다시 말해 누군가를 한참 아래로 떨어뜨리고, 우습게 만드는 '뒷끝'있는 개그보다는 큰 피해자 없이 누구나 웃을 수 있는 그런 개그를 하고 싶단다. 웃기기 위해 상대방을 헐뜯고, 서로 대립하는 설정이 대부분이 요즘 개그 트렌드에 대한 분명한 경계를 그은 셈이다. 자학해서 웃기는 1단계 개그, 남을 망가뜨려 웃기는 2단계 개그를 넘어 아무도 망가지지 않는데 웃기는 3단계 개그를 해보고 싶다는 그의 철학에 무릎을 쳤다. 

 문득 '가늘고 길게'라도 브라운관에서 최양락의 모습을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취향은 변할 것이고, 개그 트렌드 역시 변할 것이다. 부디 최양락이 자신의 게으름으로 도태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현재의 유행에 편승하는 것만이 생존이 아니라 자기 철학을 분명히 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의 방법임을 직접 증명해 주었으면 한다.

** 고품격 시사토크와 감동토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박중훈쇼'의 욕심은 마치 줄타기처럼 양쪽을 아슬아슬 오갈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그 줄은 축 늘어져 있는 상태라 줄에 올라갈 수도 없을 뿐더러 줄타기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오히려 피로감마저 주고 있다. 그럼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줄을 다시 팽팽하게 잡아 당길 수 있는 방법을 찾던지, 아니면 줄타기 포기하고 그냥 멍석깔고 편하게 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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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22년전, 박중훈과 최양락이 처음 만났을 때

    Tracked from 송원섭의 스핑크스 2009/02/16 10:36 delete

    KBS 2TV '박중훈 쇼'의 게스트로 최양락이 나와 좋았던 옛 시절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때 박중훈이 최양락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배우 경력을 폭로(?)했죠. 최양락은 87년 이후 총 6편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박중훈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뭣보다 두 사람이 한 작품에서 공연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규형 감독의 1987년작,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입니다. 흔히 '청춘스케치'라면 이 영화였는데 뒤늦게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1994년작 'Re...

  1. 헐헐 2009/02/16 09:12 address edit & del reply

    최양락의 장점은, 에피소드를 진짜 재연을 잘한다. 나도 그 상황속에 들어간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다른연예인들은 에피소드를 맛깔나게 재연을 못하는듯 싶다. 그게 최양락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다. 최양락은 말투부터 웃기니까.

  2. wei 2009/02/16 09:31 address edit & del reply

    그 이야기는 이미 명랑히어로에서 이봉원 게스트로 나왔을때..김구라를 보며 한 말입니다.
    ^^ 남을 비난하며 웃기는 개그는 쉬운 개그다. 남도 웃고 나도 웃을수 있는 개그를 하고 싶다.
    이런 얘기를 김구라를 보며 한적이 있습니다. ^^

    • 뻥스푼 bbungspoon 2009/02/16 11:22 address edit & del

      아..제가 그 프로를 못봐서요. 그렇게 최양락이 김구라에게 직접 이야기를 한 일이 있었군요. 쨌든 최양락의 등장은 많은 이를 즐겁게 혹은 긴장하게 하는 것 같네요

  3. 라울 2009/02/16 10:59 address edit & del reply

    최양락의 개그는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미칠듯한 폭소도 어지간 해서는 터지지 않는 편이죠.

    하지만 뒤가 깨끗합니다. 미소짓게 됩니다. 자극에 길들여져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되는

    현 상황을 보건데.... 차라리 최양락의 개그에는 휴머니즘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 뻥스푼 bbungspoon 2009/02/16 11:24 address edit & del

      맞아요. 최양락의 기승전결의 플롯을 가진 개그를 저 역시참 좋아합니다. 그 사람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구수한 숭늉을 마시는 기분이랄까요.

  4. 2009/02/16 11:55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최양락씨의 말이 참 맘에 와 닿더라구요
    그런 개그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제가 생각했던건 최양락씨는 마음은 따뜻하고 철학은 뚜렷할 지언정
    약간은 너무 순수한 생각을 갖고있고 또 이상적인 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
    솔직히 그런 개그가 쉽다면 누가 하지 않을까요?
    단지 그런 개그가 대세가 아니라서 아무도 하지 않는걸까요?
    예를 들면 박수홍씨 같은 경우 물론 사례가 적절하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겸손하시고 남을 깍아 내리기보단 바른말을 하시는 편이잖아요
    물론 최양락씨처럼 에피소드를 잘 흉내내신다던가 잘 웃기는 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다른 개그맨들에 비해 남을 깍아내리는 비중은 적은걸로 아는데
    이런 경우는 피디들이 말을 하듯 너무 바른말만 많이하니 자주 편집되기 일쑤고
    또 바른개그는 재미가 없으니 인기를 얻기가 어렵지 않나 뭐 그렇게 생각합니다.

    최양락씨의 말처럼 그런 개그를 할 수 있다면,
    또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면 좋겠지만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것이 쉽지가 않죠.
    시청자들도 자극적이고 재미있고 웃기는 것을 더 좋아하니까 그런 개그들이 계속 유지되는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김구라씨를 지적하고 욕하면서도 마치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욕을 먹으면서도 인기가 있듯
    시청자들이 봐주고 하니까 김구라씨도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구요.
    저는 최양락씨가 말씀하신 그런 개그가 빛을 발할려면 시청자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단지 개그맨들의 책임이고 의무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어쨌든 최양락씨의 말씀이 모처럼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그 개그가 최양락씨를 통해 현실화되었으면 좋겠네요.
    부디 뭔가 하나 크게 터뜨리시길 바래봅니다.

    p.s: 개인적인 생각을 더하자면
    음, 최양락씨는 현대적인 개그에는 잘 맞지 않아 보입니다.
    에피소드 구사는 잘하시지만 순발력이라던가 웃음코드면에서는 다소 뒤쳐지신거 같거든요
    s본부 방송을 보면 늘 불안하더라구요.
    뭐 시청자들이 느긋하게 기다려준다면 모르지만 방송은 반응이 빠른 곳이니까요.
    또 젊은 사람들이 주시청자인 것을 감안해 본다면
    최양락씨의 컴백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그냥 제 생각엔 어차피 방송을 떠나서 인생이라는 것이
    늘 한결같을 수 없고
    올라가면 내려가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 그냥 하시던 일 계속 하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한때 인기가 많았지만
    만약 지금 다시 재결합한다면 전 반대할 것 같거든요
    전설은 전설로 남을 때 아름다우니까요
    최양락씨도 잘 되면 좋겠지만 안되었을 경우 굉장히 상심하실 것 같아서 말이죠
    이건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 뻥스푼 bbungspoon 2009/02/16 12:02 address edit & del

      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역시 시대의 트렌드는 무시 못하겠지요. 더군다나 그 흐름이 가장 빠르다는 연예계는 더욱 그렇겠지요...
      하지만 그래서 더욱 최양락씨의 '무모한 도전', 'mission impossible'에 더욱 기대하고 관심 갖게 되는 것 같네요. 단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분의 건투를 비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5. al 2009/02/16 13:40 address edit & del reply

    2009년 2월 현재 예능 1위는 최양락입니다. 양락개그가 현재 가장 웃깁니다.
    최양락씨는 제발 프로그램 너무 많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인간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쉬어야 새로운 소재가 나오고 기가 쌓이는 겁니다. 쉼없이 돌아가다 보면 배터리가 방전되어 결국 폐기처분될 것입니다.
    최양락씨는 경제적으로도 어느정도 안정되어 있는만큼,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달려들어 욕심내지 마시고 적절하게 일주일에 1~2개로 조정하신다면 양락개그의 진가가 발휘될 것입니다.
    연예대상도 꿈이 아닙니다.

  6. 개그황제 2009/02/16 17:21 address edit & del reply

    올해 연예대상은 무조건 최양락이여~

  7. 맞소 2009/02/16 18:11 address edit & del reply

    양락개그가 최고여. 일주일에 프로그램 2개만 해도 올해 연예대상 먹을꺼 같다. 인생의 3번째 기회가 그에게 온거 같다.

  8. oktour 2009/09/29 23:59 address edit & del reply

    랜덤타고 날아왔어요 ㅡㅡ;
    티스토리에 이런게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