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포스티노

(Il Postino [The Postman], 1994)


감독 :마이클 래드포드
출연: 필립 느와레,마시모 트로이시,마리아 그라지아 쿠시노타,레나토 스카르파,린다 모레티





나폴리 한 어촌 마을의 순박한 청년과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아름다운 만남.

이 영화는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1952년 본국 칠레에서 추방당한 후, 이태리 정부가 나폴리 가까이의 작고 아름다운 섬에 그의 거처를 마련해 준 실화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망명한 시인과 그에게 오는 편지만을전담해서 배달하는 우편배달부의 만남. 그 둘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 영화는 우리에게 잔잔하게 다가온다.

10년도 더 지난 이 먼지 앉은 영화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바로 '지도력'혹은'리더십'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어떤 조직에 속한 사람이건 한번쯤은 고민해 봄직한이 화두가얼마간 내 머리 속을 두둥실 떠다니고 있을 때쯤 이 영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2001년도 쯤인가. 학교에서 상영하는 야외영화제에서 우연히 이 영화를 처음 만났던 것 같다. 그 당시 기억으로는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는 '메타포(은유)'라는 단어를 매개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는다.그리고네루다의 '지도행위'가 우편 배달부 마리오에게 자연스레 스미는 과정이 영화에 따뜻하게 담겨있었던것 같다.영화의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한 참을 그 추운 노천에 앉아서 곰곰이 영화를 되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내 느낌은 이런 것이었다. 지도란,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자연스레 상대에게서 흘러나오게 하는 것.

일 포스티노를 다시 보면 그 동안 막연하게 고민했던머리속 실타래들이 어느 정도 정리될 수도 있겠다 싶어 다시 영화를 꺼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다시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오히려 정반대에 가있으니,정리하려던 고민이 잠시 밀린채 그 자리에 다른 생각들이 들어찬다.그건 바로 '스승에 대한 그리움' 이라는 화두이다.

네루다는망명 생활을 접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나폴리에 남은 마리오.

네루다가 남기고 간 수많은 짐들을 보며 그와 함께했던지난 날을 추억하는 마리오.그리고 네루다의 짐들에 깊게 배어 있는 그리움은 마리오를 움직이게 한다.

"자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뭔가"라는 질문에 당시 사랑하던 여인(베아트리체)의 이름만 말한 것이 못내 아쉬운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자신의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선물하기 위해 '소리'로'풍경'을 담는다. 조금있으면 태어날 뱃속 아이의 심장박동 소리까지...

수년간 연락조차 없던 네루다가 다시 나폴리를 찾아오고, 이내 네루다는 마리오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알게된다. 그리고 끝내 전해주지 못했던 그 아름다운 '풍경의 소리'를 접하고 나서 다시 찾은 나폴리의 바닷가. 네루다는 그 바닷가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리오는 이렇게 하면 네루다가 좋아 하실꺼야'하는 순박하고도 아름다운 그리움으로생활하고, 배우며 성장했다. 위대한 시인이자 정의로운 공산주의자였던 네루다를 따르기 위한 마리오의 노력들. 선거 때만되면 잠깐 반짝였다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면몰수 하는 정치인에게 투박하지만 솔직한 이야기를 내뱉기도 하고, 민중들의 집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한다.잠깐의 만남과 배움이 스승에 대한 진한 그리움으로 남고,그 그리움은 스승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결국 '스승에 대한 그리움'은 스승을 닮아가기 위한 삶속의 노력으로 가시화 된다.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영화를 보게 됐지만, 진한 향내 나는 꽃다발 한아름을 선물받은 마냥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취해있었디. 여기 마리오가 네루다를 추억하며 자신의 마을의 아름다운 소리들을 담는 장면을 올려놓는다. 5분정도의 영상에 성이 안차시는 분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에게 강력하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덧> 마리오를 연기한 마씨모 뜨로이지는영화에서처럼 촬영이 끝난 다음날 지병이었던 심장병으로 정말 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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