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김영덕, 그의 참을 수 없는 이기에 대해
한화의 류현진, 야구팬뿐 아니라 평소 야구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류현진이라는 이름 세글자는 기억한다. 2006 프로야구에서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거머진 괴물루키 김현진.
그의 백넘버는 99번이다.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그 뚝심있는 투구로 묵직한 강속구를 뿌려댈때면 난 항상 입버릇 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이야~ 백넘버 빼곤 다좋다. 류현진 화이팅~!
왜 내가 99번의 백넘버를 싫어하냐구? 그건 바로 류현진의 등판에 달린 99번이라는 백넘버를 볼 때마다 눈 앞에 오버랩 되는 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빙그레 이글스 전 감독 김영덕이라는 사람.
난 김영덕 감독을 좋아하지 않는다.
프로야구 원년 우승감독, 실력만큼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감독, 한국야구사에 기록될만한 자격을 가진 뛰어난 용병술과 실력 등등 김영덕 감독을 추켜세우고, 혹은 그 실력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안타까워 할 수도 있다.
84년 리그 결승에서 껄끄러운 OB보다 좀더 손쉬운 상대 롯데를 만나기 위해 과감하게 선택한 승부조작.
날아오는 공 안잡기, 고의 주루사, 잘 하는 선수 교체...
비록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나 거기에 빙그레를 아끼고 사랑하던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91년도 신예타자 이정훈이 타격 1위를 달리자, 시즌 후반 그를 출장시키지 않으면서 타율관리를 해주었고, 결국 이정훈은 장효조를 1리 차이로 앞서 타격왕에 오른다.
그리고 92년 송진우의 다승왕 타이틀 차지를 위한 억지스런 등판 지시 등등
팬들과 언론은 이에 뭇매를 가했지만, 그 때 김영덕 감독에게 나온 말은 바로
'비난은 순간이고, 기록은 영원하다' 는 웃지 못할 명언이다.
뭐, 사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선수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 과한 것 뿐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의 방향이 조금 비뚤어진 그런 과잉보호 부모 타입같은 그런 사람...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
갑자기 예전에 스쳐지나듯 누군가에게 들었던 김영덕의 번트 지시 사건이 생각났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이렇게 김영덕 감독을 회고 하고 싶었던 이유도 다름 아닌 그 기사들을 들춰내다보니 꼭 다시 그 상황을 적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김영덕 감독이 프로야구 원년 우승감독이 되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선수는 누가 뭐래도 바로 박철순이었다. 하지만 박철순은 우승을 위한 무리한 등판 때문에 결국 허리디스크라는 장애를 만나게 된다.
프로 초창기 에이스에 대한 무리한 등판 요구는 모든 구단이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라 김영덕 감독에게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시작된다.
그 허리디스크 때문에 2년간 병원신세를 졌던 박철순이 85년 삼성전(그 당시 김영덕 감독은 삼성의 감독으로 있었다.)에 등판하자 김영덕 감독은 연달아 선수들에게 번트지시를 내린다. 허리가 정상이 아닌 박철순에게 번트 수비는 힘겨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자신을 프로야구 원년우승 감독이라는 자리에 올려준 1등공신이자 제자에게, 그가 돌려준 것은 그의 아픈 구석과 약점을 찌르는 비수였다. 데굴데굴 구르는 공을 향해 뛰어 가던 박철순은 그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김영덕 감독, 얼마 전에 KBO 원로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었단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 등장해서 한화의 우승을 기원한다며 오랫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지금 다만, 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앞으로 더 나갈 길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그가 지나온 길을 다시금 돌아보고, 그 기나긴 여정이 자신의 후배 선수들에게 거름이 되고 양분이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탰으면 한다는 것이다.
지금 류현진이 달고 있는 99번이라는 백넘버가 더욱 빛나게
그리고 앞으로 더욱 멋있는 한화의 99번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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