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6 03:25

장님 조선일보, 신해철 만져보니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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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를 뱀과 같다 하고,
귀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를 부채같다 하고,
몸통을 만진 장짐은 코끼리를 커다란 벽과 같다고 한다.
전체를 인식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기가 알고 있는 부분을 절대시 하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위의 우화에 나오는 장님들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귀엽다. 조선일보에 비해.
이 장님들의 말은 적어도 자기 입장에서 보기엔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조선일보 하는 짓좀 보시라.

조선일보: 기성세대 가치관이 싫다고 했는데, 당신이 기성세대가 됐다.
신해철: "내가 기성세대가 됐기 때문에 더 발언권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성세대 아니었을 때는 '네가 아직 어리니까 그래'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나는 이제 마누라도 있고 자식도 있다. 기성 세대니까 이제는 '당신들 기성세대 때문에' 라고 하지 않고 '우리 기성세대가 이러면 안 돼'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조선일보: 기성세대면, 당신은 보수인가.
신해철: "난 보수도 진보도 아닌 원칙론자다. 나는 내가 우리나라에서 진보로 분류될 때 좌절을 느낀다. 내가 다른 나라에서 진보로 불리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주장하는 얘기는 전부 원칙과 기준에 대한 얘기다. 우리보다 앞서 실험을 했던 다른 국가들에서 검증이 된 만국 공통의 스탠더드라는 거지, 내가 옳으니 나를 따르라는 것이 아니다."

사실 첫번째 질문은 두번째 질문을 위한 포석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 포석은 자연스럽지도 않으며, 오히려 억지에 가깝다. '기성세대면, 당신은 보수인가'라는 질문은 도대체 뭔가? 자연스레 나이 먹으면 모두 보수주의자라도 된다는 얘기인가? 조선일보가 그렇게 바랄 수는 있겠지만, 쨌든 웃긴 질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더 심각해진다.
 
모두들 이해하셨겠지만 굳이 부연설명 하자면, 신해철씨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1.난 원칙론자다 2.상식 정도를 이야기하는 나에게 '진보'라 분류하는 우리나라의 수준이 개탄스럽다 정도가 아닐까? 근데 조선일보가 뽑은 이 인터뷰 기사의 헤드라인을 보라. <신해철, 진보로 분류될 때 좌절느낀다> 헉!
코끼리의 코를 만진 장님이 뱀같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거의 코만 싹둑 잘라다가 이게 코끼리다!라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어떻게 이런 제목을 뽑을 수 있냐고 항의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뻔하겠지. '팩트에 근거한 기사인데 무엇이 문제냐'

이제 조선일보의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의도성에 대해서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가끔씩 잠잠한 내마음의 호수에 사정없이 돌팔매질 해대는 조선일보의 행태를 이렇게라도 하소연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끄적끄적.

덧>
기사 전문을 보면 정말 기사 전체가 울화통 터진다.
이건 인터뷰인지, 시비인지. 꾹 참고 인터뷰했을 신해철씨가 대단해 보입니다요~

>> 신해철 인터뷰 전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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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ulpaso 2008/03/16 15:44 address edit & del reply

    조중동의 전형적인 행태로군요. 말의 앞뒤를 다 잘라내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뱉은 말을 제목으로 올리는 짓거리...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엄청나게 많이 써 먹었던 짓거리죠... 저도 웬만하면 조용히 살아볼까 했었는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원체 상상을 초월하는지라... 글 잘 읽고 갑니다.^^

  2. 먼바다 2008/03/18 14:47 address edit & del reply

    조선일보를 보면 웃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ㅎㅎㅎ

  3. B군 2008/03/20 15:12 address edit & del reply

    졸뤠 웃기긴 한 데...큰일입니다. 저딴 찌라시 언론이 살아있다는 게..